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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셉 천주교 아버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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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찬란한 봄날이 ~♡

2014.11.18 05:59

roberto 조회 수:80037

11월18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어느 날 문득 찬란한 봄날이>

어린 시절부터 제 키는 작아도 너무 작았습니다.
눈에 띄게 작고 왜소한 저는 또래 친구들의 단골 놀림감이었습니다.

이런 저를 낳으신 부모님을 두고두고 원망했습니다.
어디 가나 밥 먹듯이 놀림과 괄시를 한 몸에 받다보니 삶은 점점 삐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어둠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 생각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나이 들고 철들고 나서 조금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어느새 뒷골목의 ‘두목’이 되어 있었습니다.

‘작음’이란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기를 쓰고 발버둥친 결과가
어둠의 세상 가장 끝에 서 있더군요.
반역자, 매국노, 고리대금업자의 대명사 세관장!

하는 일은 뻔했습니다.
로마에 정기적으로 할당액을 상납하려다보니 말단 세리들에게 눈을 부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갖은 협박과 권모술수를 통한 착취의 전문가가 되어 이 바닥에 이름난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물론 돈을 갈퀴로 낙엽 끌어 모으듯이 모았습니다.
현찰보유액이나 부동산 소유 면적으로 따지면 유다 고관대작 못지않았습니다.
물질적으로 아무런 아쉬움 없이 떵떵거리며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제겐 친구가 한명도 없었습니다.
물론 다들 제 앞에서는 굽신굽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러나 뒤돌아서서는 저런 천하의 난봉꾼,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
제일 먼저 지옥 불에 떨어질 놈...하며 수군거렸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상흔처럼 온 몸과 마음에 새겨진 제 깊은 콤플렉스,
엄청난 부자가 되면 해결되겠지 생각했습니다.

이 참혹한 열등감, 깊이를 알 수 없는 욕구불만, 억만장자가 되면 충족되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돈은 물론이고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참으로 혹독하고 비루한 삶,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대체 뭔가...하며 깊은 좌절에 빠져있던 제 눈앞에
정말이지 꿈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분’께서 제게 다가오셨습니다.
꿈에도 기대하지 않던 뜻밖의 선물이 제 손에 쥐어졌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분으로 인해 찬란한 봄날이 제 인생에 시작된 것입니다.

그 동안 이 세상 그 누구도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주로 저는 도둑놈, 매국노, 난장이. ‘저 인간’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황홀하게도 제 이름을 부르시며 다가오셨습니다.

“자캐오야!”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천하의 몹쓸 대 죄인을 당신 가까이 부르십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죄인의 집에 머무시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 친구가 되시겠다는 것입니다.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복음 19장 5절)

황공스럽게도 그분께서 저를 찾아온 오늘부터 제 인생에 스산한 겨울은 지나갔습니다.
이제부터 제 삶은 언제나 꽃피는 봄날입니다.

“저를 찾아와주신 주님, 이제부터 저는 새 삶을 살렵니다.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했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이런 저를 향해 주님께서 더 큰 선물을 덤으로 건네주시는군요.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루카 복음 19장 9~10절)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오늘 하루도 힘차고 멋진 승리 하는 삶이 되시길...